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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추모제] 유가족 호소문

작성일
2009.04.29 17: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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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 호소문>


엄동설한 당신들께서 가시고 이제 마주보이는 남산에는 나무에 물이 오르고 꽃이 피었습니다.

그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추모촛불을 밝히고 주말마다 추모행사에 참석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매일 미사를 올려주시는 문정현 신부님께 그리고 추모의 기도를 올려주시는 종교인분들께 고맙다는 말씀 말고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당신이 가신 용산은 활짝 핀 베고니아, 라임, 장미, 봉숭아 화분으로 단장했습니다. 그림 그리시는 분들께서 남일당을 새로 단장해주셨습니다. 아이들이 그렇게도 좋아하는 가수들이 우리의 맘을 달래주셨습니다. 작가들이 나서 우리의 처지를 책으로 엮어 주셨습니다. 연극을 하는 이들이 우리의 얘기를 대신해 주셨습니다. 당신의 손때가 묻은 레아는 미디어센터로, 갤러리로 새로 단장을 했습니다. 삼호에는 작년 한해 밝혔던 촛불의 보금자리가 되었습니다.


비록 억울하게 돌아가셨어도 많은 분들이 추모해주시고 함께 해주셔서 힘은 들어도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동안 제가 아이를 보호하지 못해 종민이는 경찰에 밟혀 무릎연골이 나갔습니다. 그래도 잘 이겨줘서 이제 목발 없이도 다닙니다. 동원이는 비록 영안실에서 먹고 자고 하더라도 학교를 잘 다니고 있습니다. 상현이 친구들은 국민고발운동에 앞서 서명을 하고, 서명을 받아 오기도 했습니다. 상필이는 아빠가 없어도 불안한 내색 없이 눈수술을 받으러 갑니다. 집회에 나가기도 하고 언론에 인터뷰도 하면서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아버지 빈자리를 메우곤 합니다. 정말이지 아이들에게도 고맙습니다.

그렇게 해서 100일이 지났습니다.


죽은 자는 있는데 죽인 자가 없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당신들을 죽인 경찰은 당신의 영정마저 짓밟고 있습니다. 어떤 때는 인간이 아닌 경찰과 마주하고 있다는 서늘함이 엄습합니다. 검찰은 짜여진 각본의 예정된 결론을 위해 그들에게 불리한 자료를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당신의 억울함이 영원히 묻히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정말이지 살아있는 사람으로서 도리를 다하고 싶습니다.

용역의 물대포에, 경찰의 몽둥이에, 그들의 폭력에 처참하게, 비록 어이없는 죽임을 당했지만 당신들을 양지 바른 곳에 묻고 잔디로 따뜻하게 덮고 주변에 민들레를 심고 싶습니다.


여러분께 다시 한번 간절히 호소합니다.

언제까지 이렇게 거리를 헤멜 수야 없지 않겠습니까. 저희 남편, 저희 아버지, 저희 할아버지의 영원한 안식처를 구해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영원한 안식을 기도해 드리고 싶습니다. 저희의 간절함이 여러분의 간절함이기를 호소 드립니다.


2009년 4월 29일


용산참사 유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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