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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부는 용산참사를 언제까지 외면할 것인가

작성일
2009.09.15 16: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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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9월 15일 사설

용산참사 238일째인 어제 ‘용산 철거민 사망사건 국민법정 준비위원회’가 발족했다. “철거민들을 죽음으로 이르게 한 주범들이 책임을 회피하고 진실을 은폐하는 것을 그대로 둘 수 없다”며 국민이 기소하고 배심원으로 참여하는 국민법정을 다음달 18일 열겠다는 것이다. 일종의 이벤트성 행사라고 볼 수도 있지만, 어쩌다가 여기까지 왔는지 착잡하다.

지난 1월20일 한겨울 새벽의 화염 속에서 죽어간 철거민 다섯은 장례식도 치르지 못한 채 차가운 냉동고 안에 누워 있다. 다른 철거민 9명은 다섯 달째 재판을 받고 있고, 그중 6명은 구치소에 갇혀 있다. 참사 현장에선 지금도 저녁마다 사제들이 길거리 미사를 집전하고 유족과 시민들이 참담한 기도를 올린다. 이런 모습이 이젠 아무렇지도 않을 정도로 메말라버린 것일까. 정부는 지금껏 사과 한마디 없이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대화로 문제를 풀려는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종교계와 시민사회단체, 야당이 나서서 정부와 유족 사이의 대화를 주선하고 물밑 협상을 시도했다. 하지만 그런 노력에도 정부와 서울시는 본질적인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중도 실용과 화해, 친서민 정책을 하겠다고 말하는 동안에도, 유독 용산참사 문제에서만은 정당한 공권력 행사라는 입장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는다. 이러고도 화해를 말할 수 있는지 의아스럽다. 그렇게 정당한 일이었다면 용산참사 수사기록 3000쪽을 못 보여주겠다며 한사코 버틸 리도 없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지금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면 공권력의 정당성이 허물어진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다른 반발과 비판이 있을 때 누르기 어렵게 된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누르고 틀어막는 것만 앞세우는 공안적 사고방식이다. 이런 식으론 문제 해결은커녕 자칫 정권의 존립조차 위태롭게 된다는 것은 민주화의 역사가 웅변하는 바다. 모른 체 두면 자연히 잊히고 사그라질 것으로 여긴다면 그 역시 오산이다. 경찰 진압 과정에서 국민이 불타 숨진 비극이 그렇게 쉽게 잊힐 일도 아니거니와, 잊힌 것처럼 보여도 언젠가는 되살아나 그 책임을 더 엄히 묻게 된다.

이제 더 이상 날짜만 세고 있을 때는 아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유족들에게 사과하고 성의있게 대화에 나서야 한다. 언제까지 망자와 유족들을 길거리에 방치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