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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프리즘] ‘열사’들이 본 이번 선거

작성일
2010.06.06 18:5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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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프리즘] ‘열사’들이 본 이번 선거 / 손준현
 
 
 
한겨레 손준현 기자 메일보내기
 
 
» 손준현 사회부문 선임기자
 
문익환 목사는 80년대에 그랬던 것처럼 아직도 ‘열사’들의 이름을 호명하고 있었다.

“탐욕의 개발 앞에 인권의 망루, 시대의 망루에 올랐던 이상림 열사여, 양회성 열사여, 한대성 열사여, 이성수 열사여, 윤용헌 열사여.”

지난 5일 경기도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 열사묘역에서 용산참사 500일을 맞아 철거민 희생자들의 묘비 제막식이 있었다. 올해 1월9일 비석 하나 없이 꽁꽁 언 땅에 묻힌 사람들이다. 길 건너편에 묻힌 문익환 목사가 ‘열사’의 이름들을 하나하나 부르는 동안, 묘역 위편에 있는 ‘전태일 열사’는 70년대에 그랬던 것처럼 “나를 버리고, 나를 죽이고 간다”는 어느 돌멩이의 외침을 추모객들에게 들려줬다.

모란공원의 2010년은 이미 70~80년대 ‘열사’의 시대로 되돌아가 있다. 서민들의 생존권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노동자의 권리들은 짓밟히고, 표현의 자유는 입막혔다. 그런데도 모두들 이겼다고 한다. 이번 6·2 지방선거에서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판 민심이 먹혔다고들 한다. 4대강까지 가로막은 불통의 ‘명박산성’과 천안함 북풍몰이, 균형발전을 허무는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정권심판론이 작용해 승리했다고들 한다.

하지만 국민들 처지에서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긴 것은 아직 아무것도 없다. 손에 쥐지 않은 승리를 두고 정치공학적으로 마냥 웃고 있을 상황도 아니다. 도심 재개발정책만 떼놓고 보자. 도심 재개발과 뉴타운 건설은 자본의 논리에 따라 원주민이나 세입자에 대한 대책은 없이 무조건 몰아내고, 저항하면 강제로 진압하고, 새로 들어선 상가와 아파트에는 부유층과 중산층이 들어와 사는 악순환 구조다.

지난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서울에서 뉴타운 개발 공약을 내세워 표를 갈고리로 긁어 갔다. 새로 개발된 뉴타운의 인구가 많아질수록 그곳 주민들의 투표성향도 보수적으로 흐른다는 평가다. 노동운동가 출신 손낙구씨는 “집 가진 사람들이 많은 동네에서는 투표율이 높고, 집 못가진 사람들이 많은 동네에서는 투표율이 낮다. 이것은 경상도에서도 일치하고, 서울 강남에서도 일치한다. 여기서 정치가 부유층을 과잉대표한다는 문제가 생긴다”며 짧게 정리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재개발 인허가권을 가진 구청장의 경우, 서울에서 강남 3구 등을 제외한 대부분을 민주당이 석권했다. 하지만 뉴타운 정책을 통해 서민들을 밀어내고 ‘부유·중산층’이 대거 유입되지 않았다면, 한나라당의 선거결과는 더 참혹했을지도 모른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는다. 이제 민주당의 도심 재개발 정책은 시험대에 섰다. 부동산 개발업자와 부유층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민들은 민주당의 정책을 지켜보면서 ‘이번 선거가 이긴 것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것이다.

용산참사 희생자 묘비 제막식을 이틀 앞두고 진상규명위원회 이원호 사무국장과 통화했다. 이 국장은 “500일이 지나도록 진상규명은 제대로 된 것이 없고 산 사람들은 죄인이 돼 있다”며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무차별 철거를 저지하자는 선거 민심을 구청장 당선자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용산참사 때 남편 이상림씨를 잃고 아들 이충연 용산철거민대책위원장은 구속상태인 전재숙씨는 “힘이 없어서 당한 일”이라며 ‘제2, 제3의 용산참사’만은 막아야 한다는 뜻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