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참사로 남편(고 이성수씨)을 잃은 권명숙씨(49)가 오랜만에 세상 밖으로 나섰다. 표정은 한결 밝아졌다. 권씨는 10월20일 경기도 용인에 친정어머니와 함께 빈대떡 집을 열었다. 상호는 ‘장모님’. 권씨의 어머니는 “아들처럼 따르며 곰살맞게 나를 부르던 사위를 생각해 상호를 지었다”라고 말했다.

권씨는 지난해 1월20일 용산참사가 벌어지고 355일 만에야 남편을 땅에 묻었다. 그러나 이후 10개월 가까이 하루도 편한 날이 없었다. “사람들이 다 알아보고 수군거리는 것 같았다.” 남편이 숨진 용산 남일당에서 경기도 용인의 13층 아파트로 이사했지만, 베란다에 서면 망루 위에 올라가 있던 남편이 생각났다.

보상에 합의한 지 벌써 1년이 가까워오지만 약속한 생계 대책은 해결되지 않았다. 이충연씨(용산4구역 철거민대책위원회 위원장) 등 망루에 올랐던 6명도 여전히 옥살이를 하고 있다. “죽어서 묻으면 끝인가 싶다가도, 약속 지키라고 다시 나섰다가는 죽은 사람 먹칠하는 일이 될까 봐 뭐든지 조심스럽다”라고 권씨는 말했다.

그러는 사이 차남은 장남에 이어 군에 입대했다. 혼자 남은 뒤 이유 없이 아픈 몸 때문에 입원 퇴원을 반복하기도 했다. 이런 권씨를 곁에서 보듬고 북돋아 세운 것은 함께 사는 어머니였다. 돌아오는 기일에 권씨는 곱게 간 녹두로 부친 빈대떡을 들고 경기도 마석 모란공원에 있는 남편 묘를 찾을 예정이다.

   
시사IN 안희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