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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참사 대법판결, 살인적 공무집행에 면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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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12 13:2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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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참사 대법판결, 살인적 공무집행에 면죄부

[기자의 눈] 가난한 철거민 대법원도 외면

김용욱 기자 2010.11.11 14:30

[출처: 자료사진]

2009년 1월 20일 아침 7시 24분께 용산 철거민들이 농성을 벌이던 남일당 망루에 불길이 치솟았다. 경찰특공대가 농성 진압 과정에서 원인 모를 불이 치솟은 것이다. 불길이 잡히자 망루 안에선 철거민 5명과 경찰특공대 1명의 시신이 발견됐다. 검찰은 철거민들이 던진 화염병 때문에 불이 났다며 철거민 9명에게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상 죄를 적용했다.

 

법원은 용산참사 사건으로 기소된 철거민 7명에겐 1심에선 징역 5-6년을, 2심에선 1년을 감형해 4-5년으로, 2명에겐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대법원(대법원 2부, 주심 양승태 대법관)은 11월 11일 2심의 양형을 그대로 확정했다. 용산참사 화재발생 원인도 철거민에게 있고, 철거민과 경찰특공대 등 6명을 희생시킨 경찰의 공무집행도 정당하다고 결론지은 것이다.

 

▲  대법원 선고가 끝나고 오열하는 이충연 용산철거민대책위원장의 어머니 전재숙씨.

그러나 애초 이 사건은 대단히 정치적으로 발생했다는 것이 철거민들의 주장이다. 철거민들이 망루 농성을 벌인지 24시간도 안 되서 경찰특공대를 투입해 진압한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진압작전 과정의 문제점이 재판 과정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불길이 솟아오른 2차 특공대 진입 전 특공대장과 특공대 1제대장의 무전 교신내용은 경찰이 안전 진압보다 신속 진압에만 중점을 뒀다는 것이 드러났다. 1제대장은 특공대장에게 “아직 멀었다. 저항이 심해 못 들어가고 잠잠해지길 기다린다”고 하자 특공대장은 “내가 올라갈까”라고 1제대장을 압박했다. 그러나 1제대장은 “(특공대장의) 지시에 의해서가 아니라 병을 던지고 그래서 진압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경찰, 소방대책도 없이 신속 진압만 주력

 

이렇게 망루 안에서 밖으로 화염병을 던진다는 것은 화재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인데도 소방대책은 전무했다. 조그만 함석 창문만 몇 개 달린 함석으로 둘러싸인 망루 밖에서 물포만 쏘는 게 고작이었다. 그 이유는 경찰이 진압 계획의 기본인 망루 내부 구조도, 내부 위험물질의 양도 제대로 파악 하지 못하고 진압에 나섰기 때문이다. 통상 경찰은 철거민 망루 진압 과정엔 수 개월 동안 공방을 벌이며 협상을 벌이다 철거민들이 인화물질을 다 사용하고 지칠 때쯤 특공대를 투입해 왔던 것에 비하면 이례적인 진압작전이었다. 또 사전에 작전을 중단할 만큼 현장에서 신속한 판단이 필요했지만 판단은 이뤄지지 않았다.

 

한 경찰특공대원은 법정에서 2차 진입 때 망루 안 시너 냄새로 환각 증세까지 일어났다고 증언했다. 시너 냄새 탓에 묘한 기분이 들거나 정신을 못 차릴 정도였다는 증언도 나왔다. 대원들은 진입을 하자마자 뭔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직감적으로 했다. 그러나 대원들 누구도 무전으로 망루 내 상황을 보고하지는 않았다.

 

특공대원들은 모두 시너의 양을 제대로 몰랐다. 2차 농성 진입 때 휴대한 소화기의 소화액도 다 떨어졌다는 증언도 나왔다. 심지어 망루 안으로 가져간 소방호수는 수압이 낮았고 3층까지는 당겨지지 않아 옥상에선 사용하지 못했다. 한 특공대원은 “제가 지휘관이면 그 상황에서 보류하겠지만, 지휘관은 밖에 있어 상황을 몰라서 그런 듯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1차 진입 때 몇 번 큰 불길이 솟아 올라 2차 재진입을 준비하는 10여 분의 시간에 화재 안전 대책을 준비했어야 하지만 특공대는 특별히 소방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한 대원은 “망루 모서리의 함석을 뜯다가 2차 진입을 하라고 해 소화기도 다 떨어지고 소방호스 지원도 없이 방패만 들고 올라갔다”고 말했다.

 

특공대 무전교신도 문제가 있었다. 화재 당시 망루와 2미터 정도 떨어진 컨테이너 위에서 살수를 하고 있었던 2제대장은 이날 7시 6분 57초에 ‘망루 안에서 불이 많이 나고 있다’는 지휘본부의 무전내용을 알지 못했다. 특공대 작전 망과 경찰 지휘부의 지휘 망이 달랐다는 이유다. 그는 7시 11분 25초에 '망루를 해체 한다'는 무전도 못 들었다고 증언했다. 컨테이너에서 살수를 하던 제대장이 무전으로 당시 상황을 직접 듣지 못했다는 것은 2차 진입 작전 준비의 결함을 드러내는 단면이기도 하다.

 

이 상황에서 특공대가 2차 진입을 한 박자만 늦추고 정부가 철거민들과 협상 시도를 했다면 아까운 6명의 목숨이 산화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경찰은 안전한 진압보다 신속한 농성진압에만 집중했다.

 

▲  11일 대법원 용산참사 선고가 원심을 확정하자 이충연 용산철거민대책위원장의 아내 정영신씨가 시어머니를 껴안고 울고 있다.

전 김수정 서울지방경찰청 차장 등 경찰 지휘부는 특공대 투입의 정당성으로 기동대보다는 특공대가 신속하고 안전하게 진압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재판에서 주장했다. 경찰 지휘부의 주장처럼 더 안전하다던 특공대 투입이 왜 이렇게 많은 인명피해를 냈을까?

 

특공대 1제대장은 “2차 진입 과정에서 기름을 붓는 것을 봤지만 물대포로 물이 계속 흘렀고 바닥에 불이 안 붙는 것을 봤기 때문에 안전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세녹스에 대한 대책은 전혀 세우지 않았다. 왜냐하면 망루안에 세녹스가 가득차 있다는 사실이 대원들에게 제대로 전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변호인단은 이런 증언을 들어 이 사건의 화재가 철거민들의 행위만으로 발생하지 않았다는 의심을 배제할 만한 증명이 됐는지를 판단해 달라고 했다. 철거민들이 화염병을 던졌거나 세녹스를 바닥에 뿌렸다는 정황만으로 화재 발생 원인을 철거민에게만 특정 짓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화재의 원인이 철거민에 던진 화염병에 있다고 결론지었다. 대법원은 여러각도에서 찍은 동영상을 증거로 화재발생 원인을 철거민들에게 돌렸다. 그러나 특공대원 누구도 정확한 발화지점을 보지 못했고 심지어는 화염병을 보지 못한 특공대원도 있었다. 변호인단은 어떻게 망루에 엉청난 양의 세녹스가 있어 자신들이 죽을 줄 알고도 화염병을 던졌겠느냐며 반발했다.

 

"없는 사람만 죽는다"

 

공무집행의 정당성 논란을 일으킨 준비 안 된 과잉진압 문제를 두고도 대법원은 철저히 외면했다. 애초 컨테이너 두 대로 보다 안전한 진압 작전을 준비했지만 무리한 작전 시간을 맞추느라 준비한 작전대로 되지 않았다. 망루 내부 상황도 몰랐고 지휘부와 특공대 간 교신도 잘 안됐다. 그런데도 특공대는 인질극도 아니고 테러범도 아닌 가난한 철거민들을 신속 진압이란 명분만 가지고 몰아세웠다.

 

철거민들에게 화염병과 시너 등을 들고 망루로 올라가게 만든 용역깡패들은 모두 벌금과 집행유예 형만 받았다. 용역깡패들의 일상적이 폭력과 경찰의 묵인이 없었다면 철거민들은 망루에 오르지도 않았을 것이란 게 철거민들의 주장이다.

 

대법원의 원심확정 판결이 나자 이충연 용산철거민대책위원장의 어머니 전재숙 씨는 또 한번 오열했다. 전재숙씨는 “이 정부에 별 기대를 안했지만 마음이 찢어진다”며 “있는 사람은 살리고 없는 사람을 죽이는 이 나라를 이해할 수 없다. 우리 없는 사람들에겐 희망이 없다. 없는 사람만 다 죽는다”고 눈물을 흘렸다. 이충연 위원장의 아내 정영신씨도 시어머니를 부둥켜안고 말도 없이 눈물만 흘렸다.

 

이번 판결은 이후 수많은 집회와 농성에 무리한 공권력 투입에도 면죄부를 줄 가능성을 열어 놨다. 이미 우리 사회는 2001년 대우자동차 경찰 폭력 사태와 2009년 쌍용차 도장공장 강제진압, 구미 KEC 강제검거 사태에서 공권력의 무리한 공무집행으로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논란이 된 바 있다.

 

박래군 용산참사 진상규명과 재개발제도개선위 집행위원장은 “이번 판결은 앞으로 발생한 모든 국가 권력의 공무집행을 정당화 했다. 앞으로 집회와 시위에 중대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래군 집행위원장은 “용산참사에서 공무 집행은 정당한 요건과 절차를 모두 무시했다. 이런 공무 집행을 보호할 가치가 있는 공무집행으로 본다면 국민의 인권은 무시된다”고 비난했다.

 

이번 재판의 변호를 맡은 김형태 변호사도 상고심 선고 직후 기자회견에서 "경찰 고위층이 스스로 과잉진압이라 다시 같은 사건이 발생하면 진압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이런 토끼몰이식 진압 과정이 정당하다면 이후 유사한 공무집행으로 살인행위를 해도 된다는 면죄부를 준 것"이라고 반발했다. 또 “이 사건은 10-20년이 지나면 재심으로 무죄를 인정받고 국가 보상이 이뤄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오늘 대법원 판결로 구속된 철거민들에 대한 국내에서 가능한 사법절차는 끝났다. 그러나 이렇게 진실이 계속 감추어지게 할 수 없다"며 "세계인권선언과 국제인권조약과 유엔의 각종 인권기준들에 의하면 용산참사는 국가공권력의 무리한 집행에 따른 생명권과 신체의 자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한 인권침해이다. 철거민들은 오히려 피해자로 인권침해를 구제받아야 할 생존자들"이라고 규정했다. 이에따라 대한민국이 당사국으로 가입한 유엔 시민․정치적권리위원회(자유권위원회)에 개인통보절차에 따라 제소할 예정이다. 진실규명위는 "이명박 정권이 끝나도 나서도 용산참사의 진실을 반드시 밝혀내어, 진압경찰 지휘부뿐만 아니라 이명박 정권에게도 책임을 물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