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론(임용환 신부님) “다섯분의 죽음으로 우리는 공동체를 이루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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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들하셨나요?
며칠 전 촛불 문화제때 어느 여성 발언자가 여기서 밥을 먹으면 맛있다고 했는데요. 오늘 저는 여기서 점심, 저녁을 다 먹었습니다. 정말 맛있었습니다. 식사를 마련해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어떤 분은 함께 먹어서 그렇다는 말씀도 하셨는데요. 저도 맛있는 이유가 꼭 음식 솜씨가 뛰어나서 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우리는 삼위일체 대축일 미사를 지내고 있습니다. 알시겠지만 삼위일체란 한 분이신 하느님은 성부, 성자, 성령 세 위격으로 높고 낮음도 없는 완전한 일치 안에서 존재하신다는 것인데요. 우리는 하느님을 전지전능하신 분으로 알고 믿고 있는데 이런 의문이 듭니다. 한 위격만으로도 못할 일이 없으신데 굳이 복잡하게 세 위격으로 계실까? 때로는 서로 의견도 안맞고 감정이 상할 때도 있을텐데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합니다. 함께 같이 살아야 한다는 것이죠, 저는 하느님이 세 위격으로 존재하는 것도 함께 같이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즉 공동체를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죠, 그리고 성부, 성자, 성령 세 위격이 이루는 공동체는 우리 모두가 지향하는 완전한 사랑과 나눔과 섬김의 공동체인 것입니다. 사람은 함께 즉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갈 때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는 것입니다. 서로 믿음과 사랑으로 나누고 섬길 때 완전한 공동체를 이룰 수 있다고 알려주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질문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과거에 비해 우리나라는 몇십배의 경제적 성장을 이루었다. 그런데 과연 그 몇십배의 성장만큼 우리의 행복도 성장했는가? 그렇다고 이야기 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그중의 하나가 저는 공동체가 파괴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 어려웠던 시절 힘들었지만 사람 사는 정은 있었다고들 이야기합니다. 그것은 그만큼 공동체를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이죠
제가 사는 동네는 삼양동입니다. 제 방에서 보면 단일 단지로는 우리 나라에서 제일 크다는 아파트가 보입니다. 아파트가 생기기 전에는 서울의 대표적인 소위 달동네 지역이었죠, 근데 가끔씩 누가 아파트에서 떨어져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그러면서 함께 듣는 말은 전에 아파트가 생기기전에는 그런 일은 없었는데. 왜 그럴까요? 바로 공동체가 있었기 때문이죠. 비록 집에 담벼락은 없지만 서로를 잘 알고 가진 것 많지 않지만 같이 나누고 어려운 일이 있으면 같이 돕고 그런 공동체였기 때문이죠.
물질문명의 가장 큰 악은 사람을 갈라놓는 것입니다. 국가와 사회를 갈라놓고 가족을 갈라놓고 너와 나를 갈라놓습니다. 인간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습니다. 물질문명은 사람사는 세상을 파괴하고 있습니다.
이곳 용산참사 현장에서 먹는 밥이 맛있는 이유는 여기에 공동체가 형성되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돌아가신 다섯분이 우리에게 주신 소중한 선물입니다. 예수의 죽음으로 예수를 따르던 이들이 모여 한마음 한뜻이 되어 궁핍한 사람이 하나도 없었던 초대교회공동체(사도행전 4, 32~)를 이루었듯이 다섯분의 죽음으로 우리는 공동체를 이루었습니다. 우리는 억울하게 죽음을 당했지만 너희들은 함께 모여 사람사는 세상을 만들라고, 그래서 행복하게 살라고 우리에게 마련해 주신 것입니다.
우리 그분들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 맙시다. 그분들이 우리에게 주신 소중한 공동체란 선물을 잘 간직합시다. 우리 주변에 더 많은 공동체를 만들어 갑시다. 그래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꿈이었다던 사람사는 세상, 모두가 인간답게 행복하게 사는 세상을 꼭 이루어나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