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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위상황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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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6 범국민 추모대회 유가족 호소문

작성일
2009.09.26 19:4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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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mbout.jinbo.net/webbs/view.php?board=mbout_15&id=139

9.26 범국민 추모대회 유가족 호소문

 

 

안녕하세요. 저는 고 이상림 열사의 며느리이자 지금 구속되어 있는 이충연 위원장의 처 정영신입니다.

 

다섯 유가족들을 대표해서, 여기 모여주신 국민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리고 지난 2주간 저희 유가족들을 따뜻이 맞이해주신 전국 방방곳곳의 시민 여러분께도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엊그제 저희 남편을 비롯하여 망루 농성으로 기소된 아홉 분의 재판에 다녀왔습니다. 이날 재판에는 지난 1월 20일 무자비한 진압작전을 펼친 경찰특공대원들이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저도 깜짝 놀랄 일이 벌어졌습니다. 검사들은 계속해서 그날 화재의 원인이 저희 철거민들이 던진 화염병 아니냐고 유도 심문을 했지만, 놀랍게도 경찰특공대원 중 그 누구도 화염병에 의해 불이 난 것을 본 사람이 없었습니다. 심지어 분노와 적개심 때문에 거짓으로 진술을 했다고 증언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다시 말해서 경찰과 검찰이 자신의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거짓말로 철거민들에게 죄를 뒤집어씌운 것입니다. 이런 억울한 일이 세상에 어디 있습니까, 여러분.

 

 

게다가 경찰들은 처음부터 철거민들의 안전과 생명은 안중에도 없었습니다. 철거민들이야 죽든 말든 오직 상부의 명령에 따라 진압과 검거에만 힘을 쏟았다고 말했습니다. 철거민들은 이 나라 국민이 아니라 테러리스트고 적군이었던 것입니다. 저희 아버지를 포함한 다섯 분의 철거민을 돌아가시게 만든 것은, 화염병이 아니라 경찰이고, 바로 이 나라 정부입니다.

 

 

언젠가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 믿습니다. 그래서 돌아가신 분들의 명예가 회복되고 구속된 저희 철거민들의 무죄가 입증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사기록 3천쪽이 필요합니다. 대통령은 더 이상 우리 죄없는 철거민들을 괴롭히지 말고 어서 수사기록 3천쪽을 공개하십시오.

 

 

돌아가신 분들의 소원은 아주 소박한 것이었습니다. 누구처럼 일확천금을 바란 것도 아니고, 한 가족이 오손도손 살 수 있게 장사를 계속해서 하게 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손가락 하나 까딱 안 하고 앉아서 수조원의 이익을 챙기는 사람들이, 눈꼽만한 보상을 해 주기가 싫어서 용역깡패를 동원하고 경찰을 불렀습니다. 그리고 사람을 죽였습니다.

 

 

사람의 목숨보다 돈이 중요하다는 재개발 정책, 이제는 바뀌어야 합니다. ‘용산 참사’는 서울시 용산구만의 일이 아닙니다. 뉴타운이다, 재개발이다 하면서 전국 도처에서 진행되고 있는 살인 재개발은 당장 중단되어야 합니다. 서민들을 내쫓고 가진 사람들의 배만 불리는 정부와 서울시 정책이 바뀌어야 합니다.

 

 

이명박 대통령,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금이라도 저희 철거민들의 절박한 호소에 귀를 기울여 주십시오. 돌아가신 분들이 생전에 바라셨던 대로, 저희 철거민들이 계속해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 주십시오.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에게도 이 자리를 빌어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며칠 전 국회 청문회에서 ‘총리가 되면 용산을 방문해서 유가족을 위로하고 참사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늦었지만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기쁨보다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입니다.

 

 

정운찬 후보자님,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고인들과 저희 유가족들을 위로해 주십시오. 정부의 책임을 시인하고 철거민들의 생계대책을 마련해 주십시오. 학자로서 평생 쌓아 오신 양심을 믿겠습니다.

 

 

저희 유가족들은 지난 8개월 동안 과분한 사랑을 받았습니다. 하루아침에 가족을 잃은 저희 유가족들을 국민 여러분들이 보살펴 주셨습니다. 이 나라 정부가 버린 우리를 여기 계신 여러분들이 도와 주셨습니다. 전철연-범대위 식구들, 국회의원들, 문화예술인들, 그리고 저희를 위해 매일 기도를 해 주시는 여러 종교인들. 저희는 여러분 덕분에 지금까지 버텨올 수 있었습니다.

 

 

다음 주면 추석입니다. 추석 전에는 돌아가신 분들의 장례를 치르고 싶습니다. 그리고 추석에는 온 가족이 집에 모여서 차례 상이라도 올려드리고 싶습니다. 지난 설날에 이어 추석마저도 상복을 입고 지낼 수야 없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이런 희망조차 물거품이 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국민 여러분, 그래서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부탁드리겠습니다. 저희 유가족들의 피맺힌 절규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들릴 수 있게끔 목소리를 모아 주십시오. 추석 전에는 용산 참사를 해결하겠다는 약속을 들을 수 있도록 힘을 모아 주십시오.

 

저희는 여러분을 믿고, 또 여러분의 힘으로, 쓰러지지 않고 끝까지 싸우겠습니다. 다시 한 번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2009년 9월 26일

용산 참사 유가족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