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및 보도자료

작성자
대책위상황실
제목

[기자회견문] 정운찬 국무총리 취임에 즈음한 유가족, 범대위 입장

작성일
2009.09.30 10:42:36
조회수
4,262
추천
0
문서 주소
http://mbout.jinbo.net/webbs/view.php?board=mbout_15&id=140

[유가족 입장] 정부는 유가족의 피맺힌 절규를 들어 주십시오

 

 

야속하게도, 추석이 돌아왔습니다. 설날 직전 남편들이 무참히 살해당한 남일당에서 상복을 입고 추석을 맞아야 하다니, 끔찍합니다. 눈앞이 캄캄합니다.

추석 전에 고인들의 장례를 치르겠다는 소망은 정녕 물거품이 되고 마는 것인가요? 온 가족이 한 자리에 모여 돌아가신 분에게 따뜻한 차례 상을 올리겠다는 희망은 과욕이었나요?

 

마음이 무겁습니다. 아버지를 죽인 ‘패륜아’가 되어 감방에서 추석을 나는 자식을 보는 어미의 마음은 천근만근입니다. 가슴이 찢어집니다. 사춘기 나이에 ‘테러리스트의 아들’이라고 손가락질 받는 자식을 보는 어미의 가슴은 산산조각입니다.

추석을 쇠고 나면 입대해야 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아버지 장례 치를 때까지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고 해서 일주일 더 미뤘는데, 그날이 10월 13일입니다. 남편에 이어 아들마저 떠나보내야 하는 어미의 심정도 심정이지만, 제 아버지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군대 갈 자식의 마음은 또 어떻겠습니까.

 

부모 마음, 자식을 길러봐야 안다고 하지요. 저희도 자식인지라 추석 전 장례를 치른다면 살아계신 부모님을 찾아뵐까 했는데, 저희가 이러고 있으니 도리어 시댁식구, 친정식구 모두 용산에 와서 추석을 쇤다고 하여 손사래를 쳤습니다. 자식 된 도리를 하지 못하는 것 같아 죄송스럽기만 합니다.

 

참 지독한 정부입니다. 참 나쁜 대통령입니다. 다섯 가족의 운명을 송두리째 흔들어놓고 아직도 묵묵부답이라니요. 죄 없는 우리들에게 아내 노릇, 어미 노릇, 자식 노릇 못하게 해 놓고서 자기들은 고향 찾고, 부모 찾고, 조상님 찾다니요. 이러고도 한 나라를 책임지는 위정자입니까. 이러고도 국민들을 보살피는 나라님입니까.

 

정운찬 총리님, ‘용산 참사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눈물마저 그렁거리셨습니다. 너무 늦은 만큼 진심이기를 바랍니다. 고고한 학자이셨던 만큼 비리 덮으려고 유가족을 이용하는 그런 분은 아닐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김준규 검찰총장처럼,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마음 달라지는’, 그런 분 아니라고 믿고 있습니다.

 

용산에 오십시오. 저희는 국민통합이니 서민경제니 하는 어려운 말들은 잘 모릅니다. 하지만 용산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 그 어떤 말을 앞에 갖다 붙인다 하더라도 모조리 거짓말이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습니다.

 

정운찬 총리님, 조문 오시면 저희 유가족이 따뜻이 맞이하겠습니다. 정부의 책임을 시인하고 진심으로 고인을 추모해 주십시오. 고인들이 테러리스트가 아니라 자상한 아버지, 선량한 국민이었다는 한 말씀 남겨주십시오. 고인들이 생전에 바라셨던 대로 집없고 돈없는 철거민들이 살아갈 방안을 마련해 주십시오. 그런다면 저희 유가족들은 눈물을 거두고 고인들을 보내드릴 수 있을 것입니다.

 

정운찬 총리님, 추석에도 상복을 벗지 못할 것 같지만, 곧 장례를 치를 수 있다는 작은 희망이라도 품을 수 있도록 하루빨리 용산에 오십시오. 기다리겠습니다.

 

2009년 9월 30일

용산 참사 유가족 일동

 

 

[범대위 요구] 정운찬 신임 국무총리는 용산으로 와 유족 앞에 사죄하라!

 

 

양파라는 별명이 생길정도로, 벗길수록 의혹과 비리만 드러났던 인사청문회 과정을 생각한다면 총리로서의 자질이 의심스러울 정도다. 정 총리는 국민의 58%가 반대하고 단 1명의 야당의원의 찬성도 없이 임명된 반쪽 총리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민생을 살피고 총리로서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라도 국민들에게 진심과 정성으로 다가서지 않으면 안된다. 바로 그 첫걸음이 용산참사 현장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더 어떤 말이 필요한가?

우리는 지난 9월3일 정운찬 서울대교수가 총리에 내정되자마자 성명을 발표하고 용산으로 오라 하였다.

9월8일 우리는 공개 질의서를 보내 용산참사에 대한 입장을 물었고 용산 참사현장에 오라 하였다.

총리 인사청문회 당시 용산참사의 해결을 위해 용산에 오라 하였다.

 

이제 말이 아닌 행동으로 증거할 때다.

우리는 정운찬 총리가 용산으로 와 유족들에게 사죄하고 용산참사의 해결방안을 제시할 것을 요구한다.

 

첫째, 정 총리는 용산참사에서 정부의 책임을 인정하고 고인과 유가족에게 진심으로 사죄하라!

 

둘째, 고인들의 염원이었던 철거민들의 생존권 보장을 위하여 용산4구역 철거민들에 대한 임시시장과 임대상가 보장 방안을 제시하라!

 

셋째, 용산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해 검찰의 미공개 수사기록을 공개하고 살인진압에 대해 철저히 재수사하라!

 

정 총리는 취임기자회견에서 정운찬 내각의 4대원칙으로 예방행정, 현장행정, 피부행정, 내실행정을 꼽았다고 한다. 용산참사의 해결이야말로 4대원칙의 시금석이다. 계속 방치해서 일이 더 벌어지기 전에(예방) 용산으로 와서(현장), 유족들에게 진심어린 사과(피부)를 하여 용산참사를 해결(내실)하라.

 

용산으로 오라. 그리고 민생총리로서 새출발하라!

 

2009년 9월 30일

이명박정권 용산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