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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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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구속자 가족, 3.1절 구속철거민 사면청원, 청와대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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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23 10:0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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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참사 관련 구속자 특별사면 청원서

2009년 1월 20일, 온 세상을 뒤흔들었던 그날의 사건으로 많은 것을 잃었습니다. 가장 소중한 가정을 잃었고 가족을 잃었습니다.

 

하루아침에 가장을 잃고 가장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거리로 나와 돌아가신 분들과 감옥에 갇힌 남편을 위해 살았습니다. 아무도 그날의 사건을 기억 해주지 않더라도 전국 곳곳을 다니며 호소했습니다.

 

그렇게 3년이 흘렀습니다. 초등학교 다니던 아이는 중학생이 되었고, 군대에 갔던 아이는 제대를 해 사회인이 되었습니다. 아직도 어린아이는 “아빠는 언제 오냐며” 매일 엄마를 보채곤 합니다. 늙은 노모는 매일아침 기도를 합니다. “오늘은 부디 저 문으로 아들이 들어 올수 있게 해달라고” 눈물로 보내고 계십니다.

하나뿐인 딸아이의 결혼소식을 감옥에서 듣고 한없이 운 사람도 있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결혼한 딸아이가 손주를 낳았다는 소식 또한 감옥에서 전해 들어야 했습니다. 이런 소식을 접할 때면 가슴이 아파옵니다.

 

재개발이라는 거대한 괴물을 만나기 전엔 지극히 평범한 우리들의 가장들이 하루아침에 범법자가 되어 3년이 흐르도록 감옥에 갇혀있습니다. 이들은 범법자이기 이전에, 대한민국의 평범한 아버지들로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하루아침에 가족의 생계 터전이 박탈당하고, 철거용역들의 폭력에 내몰려도 억울함을 호소할 곳 없어 절망해야했던 이들입니다.

 

그렇게 서둘러 쫓아내려던 용산4구역 재개발은, 법적으로 심각한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고 판결나더니, 3년이 지난 지금까지 텅 빈 공터로 방치되어 있습니다. 그것만 보더라도 잘못된 도시개발이 부른 참사라는 것이 명확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 책임을 도시개발의 피해자인 우리 철거민들만이 온전히 떠안고 감옥에 갇혀있는 것이 억울하지 않겠습니까.

용산참사에 대해 우리 가족들과 구속철거민들은, 평생을 짊어지고 가야할 이웃 동료 다섯 명의 죽음과 가족만을 철거 촌에 남겨 놓은 채 3년간 갇혀있어야 했다는 고통만으로도 이미 가혹한 책임을 지지 않았습니까.

 

대통령께선 지난 신년 특별사면을 앞두고, 서민경제 살리기 차원에서 영세 상공인 등 생계형 민생사범에 대해 사면한다고 하셨습니다. 때문에 우리 가족들은 구속된 철거민들이야말로 서민경제의 밑바닥에서 열심히 땀 흘리며 장사하던 이들이기에, 신년사면을 기대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 기대는 오히려 건설비리 관련 행정제재를 대규모로 풀어주는 것으로 나오면서, 무참히 꺾였습니다.

 

다행히 최근 조계종 총무원과 한국교회협의회, 기독교장로회총회 등 종교계를 비롯해서, 박원순 서울시장 등 각계각층에서, 구속 철거민들에 대한 3.1절 사면을 청원해 주셨습니다. 청원해 주신 종교계에서도 말씀하였듯, 정부가 사회적 약자인 우리 철거민들의 손을 잡아주지 않고 사회통합을 외치는 것은 공허한 일입니다.

3.1절이 한주 남은 오늘까지, 저희는 사면에 청원에 대한 대통령의 답변을 듣지 못했습니다. 어제 있었던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도 우리에게 희망의 메시지는 없었습니다.

 

오늘 저희 구속자 가족들은, 오늘이 마지막 호소라는 심정으로, 마지막 한 가닥 기대를 품고, 대통령께 이 청원서를 제출하고자 합니다.

 

오는 3.1절에, 우리의 평범한 가장들이 하루빨리, 노모의 품으로, 어린 자녀의 품으로, 가난하지만 함께하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 올수 있도록 사면해 주실 것을 간절히 바랍니다.

 

 

2012년 2월 23일

용산참사 구속자 가족일동

(이충연, 김주환, 김재호, 김성환, 김대원, 천주석, 김창수, 남경남 가족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