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및 보도자료

작성자
대책위
제목

용산참사 유가족, 용산참사 안건 저지한 현병철 인권위원장 규탄 기자회견

작성일
2012.07.13 16: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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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서 주소
http://mbout.jinbo.net/webbs/view.php?board=mbout_15&id=231

"무슨 수를 써서라도 중단시켜라“

“독재라도 할 수 없다”

용산참사 유가족들은, 용산참사 안건을 저지한 현병철 인권위원장의 사과를 촉구합니다.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현병철 위원장이 연임된다는 소식을 듣고 이 자리에 서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2009년 용산 참사는 저희들에게 다시 떠올리기 싫은 기억입니다. 철거민들은 최소한의 먹고 살 길을 찾고자 망루에 올랐고, 최후의 저항을 시작했습니다. 철거민들은 협상의 자리를 만들어 보고자 망루에 올랐지만, 협상길은 열리지 않았고, 결국 그 추운 새벽 경찰특공대의 진압작전에 희생되어야 했습니다. 작전에 동원된 경찰특공대도 목숨을 잃어야 했습니다. 21세기 대한민국 서울에서 일어났다고는 믿어지지 않는 참사가 일어난 것입니다.

 

정부과 검찰, 법원은 철거민들을 테러리스트이자 동료와 경찰관을 살해한 살인범으로 몰고 갔습니다. 살인적인 개발과 경찰의 과잉진압의 문제는 누구에게도 책임지우지 않고, 도리어 농성자들에게만 참사의 책임을 돌렸습니다. 결국 철거민 여덟 명이 구속 상태에서, 다른 두 명의 중 부상자들 마저도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으로 내몰렸습니다.

 

저희들이 기댈 곳은 많지 않았습니다. 검찰이 짜 놓은 프레임대로 언론보도가 나가기 시작했고, 저희들의 목소리는 점점 힘을 잃어갔습니다. 그 때 인권위가 재판부에 의견을 전달하려한다는 소식을 듣고 기대해 보기도 했습니다. 인권위가 어떤 기관입니까? 힘없는 사람, 작은 목소리조차 낼 수 없는 사람, 그런 사람들 편에 서는 독립된 기관 아닙니까? 그런 인권위가 저희들의 편에 서 주겠구나 생각하며 든든했습니다. 인권위가 재판부에 ‘경찰진압이 인권침해했고, 위법했다’는 의견을 전달한다면 재판에서도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도 했습니다.

 

하지만, 들려온 소식은 정말 청천벽력 같은 것이었습니다. 2009년 12월 인권위 전원위원회에서, 과반수가 넘는 인권위원들이 의견제출에 찬성했음에도 현병철 위원장은 회의를 일방적으로 폐회시키고 퇴장했습니다. 요즘 인구에 회자되는, “독재라 해도 어쩔 수 없다”는 유명한 말을 남기고 말입니다. 나중에 듣고 보니, 현병철 위원장은 공권력의 편에 서 있었습니다. 당시 용산 관련 재판에 대해 인권위가 ‘경찰 진압이 에 인권침해 소지가 있고, 위법했다’는 의견을 내려고 할 때, 현병철 위원장은 회의 안건 상정을 "무슨 수를 써서라도 중단시키라"고 직접 사무총장과 담당 과장에게 지시했다고 합니다. 이 일을 맡았던 인권위 직원은 사직서를 냈다고 합니다. 아무리 위원장이 조직의 대표라고 하지만, 직원들에 의해 조사된 내용과 인권위원들이 상정하고 의결하고자 한 안건을 위원장이 직접 나서서 저지했다는 것은 도저히 믿겨지지가 않습니다.

 

이 쯤 되면, 지난 주 용산참사를 다룬 다큐 <두 개의 문> 상영관에서 현병철 위원장이 관객들에 의해 쫓겨난 이유가 이해가 가실 겁니다. 저희들은 현병철 위원장이 용산의 진실을 알고자 <두 개의 문>을 보러 온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인사청문회에서 용산 관련 질문이 나올 것이 예상되어 면피용으로 찾아온 것이라고 봅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용산 관련 의견 표명을 막으려고 했던 그가 진짜 용산의 진실을 알고 싶다면, 지금이라도 그 때의 잘못을 인정하고, 저희 유가족과 구속자 가족들에게 사죄했어야 합니다. 그리고 왜 그 때 용산참사 안건을 그토록 저지하려고 했는지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희들은 국가인권위 위원장인 현병철이, <두 개의 문>을 뻔뻔한 의도로 보겠다는 것을 용납할 수가 없습니다.

 

아직도 용산의 진실은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새로운 증거가 발견되어 재심이 개시되고 사법적으로도 명예가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 과정에서 책임을 져야할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중 한 사람이 바로 현병철 인권위원장입니다. 그는 용산참사 안건에 대해 도대체 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중단시키라"고 지시했는지, 왜 “독재라도 할 수 없다”며 회의를 중단시켜야 했는지 밝혀야 합니다. 역사의 책임을 져야할 사람이, 오히려 인권위원장 직을 한 번 더 해보겠다고 나서는 이 상황에 분노합니다. 용산참사 안건을 저지했던 현병철 인권위원장은 사죄해야 합니다. 인사청문회를 받을 자격도 없습니다. 지금 즉각 위원장직에서 물러나야 합니다.

 

2012년 7월 7일

 

용산참사 유가족 및 구속자 가족 일동

용산참사 진상규명 및 재개발제도개선 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