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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권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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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용산참사를 둘러싼 불편한 진실들 - 운동의 도약을 위하여

작성일
2009.10.31 13:3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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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권뉴스 2009. 10. 31]

[논평] 용산참사를 둘러싼 불편한 진실들 - 운동의 도약을 위하여

최덕효(대표 겸 기자)

10월 28일 열린 용산철거민 선고공판에서 재판부(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 한양석 부장판사)는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충연 용산4구역철거민대책위원장 등 9명에 대해 전원 유죄를 선고했다.

검찰 측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 재판부의 이번 선고는 기소된 철거민들의 억울함은 물론 지난 1월 20일 용산4구역 철거현장에서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이성수 열사ㆍ윤용헌 열사ㆍ이상림 열사ㆍ양회성 열사ㆍ한대성 열사의 죽음까지 ‘의문사’로 이어지게 한다. 따라서 오늘 권력에 굴종한 재판부의 판단 오류는 사회단체들의 표현대로 가히 '제2의 사법살인'이라 할 만하다.

용산참사의 원인이 철거민들의 화염병 투척이라는 검찰과 재판부의 판단은 범대위와 변호인단 자료에서 보듯 한갓 억지에 불과하다. 만약 사실인 것처럼 소설을 쓰더라도 권력이 반드시 개입해야 하는 재개발/뉴타운 등 토건사업에 있어 그동안 자본이 저질러온 무소불위의 전횡에 비하면 지극히 부차적인 것이므로 기소된 철거민 모두는 무죄가 마땅하다.

이참에, 향후 항소심은 물론 유사한 사례 예방과 특히 이른바 빈민운동의 개념 재규정을 위하여, 주류운동의 성찰에 필요한 ‘불편한 진실들’ 몇 가지를 논하고자 한다. 논점의 생산적인 공론화로 사회변혁운동이 한층 도약 되었으면 하는 기대를 해 본다.

첫째, 주류운동에서 주변화된 빈민운동은 변화해야 한다.
빈민운동 저변에는 그간 주류운동과 빈민운동의 모호한 관계가 있어 왔다. 주류운동 일각에서는 철거민·노점상을 포함한 빈민운동을 ‘빈대운동’이라고 부를 정도로 폄하하면서도 제도권 선거 등 각종 집회에는 동원세력으로 이용했다.
따라서 오늘까지 빈민운동은 필요에 따라 정국에 내몰리고 주류운동 내에서는 자신들의 목소리조차 찾기 힘든 주변화된 존재였다고 봐야 한다. 물론 여기에는 주류운동을 나름대로 이용하려 한 기회주의적인 빈민운동 주체들의 책임 또한 없지 않다. 운동은 '연대'하는 것이지 '이용'하는 게 아니다.

둘째, 철거민운동의 기조와 폐쇄성은 수정되어야 한다.
용산참사 유관 철거민 단체인 전국철거민연합(전철연)에서는 2006년 5월경 일부 세력이 노동해방철거민연대(노철연대)로 분리돼 나간 일이 있다. 노철연대는 전철연의 기조가 세입자들의 주거권에서 영세가옥주 주거권과 상공(상가,가내공업)세입자들의 생존권으로 확대되는 것 그리고 특정인의 제왕적 운영 등을 문제 삼았다.
당시 전철연 조직분규는 지도부 내 헤게모니적 성격이 짙었지만 주류운동은 개입하지 않았으며, 더욱이 운동권 내 일부 회원들은 주거권과 생존권(직업/노동)에 대한 생산적인 토론을 유보한 채 노철연대의 손을 들어 준 일도 있다.
용산참사로 숨진 다섯 분 중 이상림씨(72세), 양회성씨(58세), 윤용헌씨(49세)는 영세 상가 세입자로서 직업을 잃지 않기 위해서 투쟁했음을 상기해야 한다. 운동은 토론 속에서 발전하며 그렇게 함으로써 철거민운동의 폐쇄적인 측면 또한 극복될 수 있다.

셋째, 빈민운동은 노동자운동으로 모아져야 한다.
용산참사로 숨진 고 이성수 열사가 전국노점상총연합 수지지역 회원인 데서도 알 수 있듯이 노점과 재개발(재건축)지역 철거민에 해당하는 주민들은 계급 속성상 중첩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주류운동에서는 빈민운동의 다른 한 축인 기존의 노점상을 싸잡아 ‘작은 자본가(소사장)’ 개념으로 바라본 측면이 있었던 만큼, 이제는 ‘생계형’에 국한해 실업에서 비롯된 비공식분야 노동(자가노동, 독립노동)으로 관점을 전환해야 한다.
영세 철거민들 또한 직업분포가 특수고용노동자들과 유사하게 비공식 노동자들인 경우가 다반사이므로, 주거세입자들의 권리 방어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상공세입자들에 대해서도 생존권 수단으로서의 노동자 개념으로 접근하고 연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약 그들이 노동자 의식이 취약하다면 ‘운동’은 연대를 통해 노동자 정체성에 대한 동기를 꾸준히 부여하면 될 것이다.

용산참사가 벌어지자 당시 한 활동가는 기고문에서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졌더라면 이런 불행한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자책한 적이 있다. 그렇다. 사회운동세력이 오늘 용산범대위의 활동처럼 진작 빈민운동 분야에 구호만이 아닌 진정성으로 깊은 관심을 지녔더라면, 철거민운동이나 노점운동도 좀 더 공개적인 운동이 되었을 것이고 따라서 오늘 재개발 현장이나 노점 상황에 대처하는 방식도 그만큼 진보했을 것이다.

철거민 열사들, 철창에 갇힌 철거민들, 오늘도 전국의 재개발/뉴타운 현장에서 벼랑으로 내몰리는 철거민들.. 이 싸움은 토건자본이 있는 곳에서는 항상 현재진행형인 까닭에 '운동'은 그만큼 과학적이고 세심한 준비가 필요하다. 용산철거민참사는 지금 ‘운동’을 향해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한국인권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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