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게시판

욕설 및 비방, 광고글, 도배 글은 삭제됩니다.

작성자
소식
제목

아직도 용산

작성일
2009.10.31 13:33:09
IP
조회수
1,649
추천
0
문서 주소
http://mbout.jinbo.net/webbs/view.php?board=mbout_4&id=5103

11월 2일 '깜짝 추위'가 온다고 합니다. 옷을 따뜻하게 입고 오시기 바랍니다.

 

 

아직도 용산

 

[한겨레 칼럼] 박기호 신부

 

 

 

 

 
» 박기호 신부
 
용산 참사 재판과 국회 미디어법에 대한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세간이 벌집 쑤셔놓은 듯하다. 상식 불통과 권력의 오만이 5, 6공을 넘어 박정희 유신 치하로 되돌아간 느낌이다. 왜 문제 해결의 의지는 보이지 않고 저토록 밀어붙이려고만 하는 걸까. 소통 부재의 원인은 대통령과 권력이 국민을 대상으로 자존심을 내세우는 데 있다고 보여진다.

 

 

 

작년 촛불 정국만도 그렇다. 국민들이 미국산 소고기를 절대 안 먹겠다는 것이 아니라 왜 30개월령 이하로 수입하는 일본만도 못하느냐는 문제가 사실상의 핵심이었다. ‘우리도 그렇게 해 보겠다’ 하는 약속과 재협상이 그렇게도 어려웠던 것인가? 대통령이나 공권력의 자존심이란 곧 국민의 자존심이어야 한다. 국민을 대상으로 삼은 자존심이란 전제 군주의 자존심일 뿐이다.

 

재개발에서 발생하는 거대 이익 중 일부만이라도, 개발로 인해 기회를 잃는 이들과 나누겠다는 기본이 있다면 철거투쟁이란 것이 생길 이유가 없다. 용산 참사가 경찰의 성급한 판단력 부재 때문이었지 처음부터 대형 사고를 계획했을 리는 없다. 그렇다면 사실대로 사죄하는 용기를 가졌어야 가래 쓰기 전에 호미로 막을 수 있었을 일이다.

 

재개발에 돈 잃고 투쟁으로 가족 잃고 시신을 냉동고에 두고 10개월 동안이나 장례도 치르지 못한 채 풍찬노숙의 고통과 비정으로 유가족들은 화병으로 쓰러져 가고 있다. 하물며 법원조차도 이렇게 숨통을 조여서야 어디 사람 사는 세상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예수의 부활 사건이 터졌을 때 권력자들은 경비병을 매수해 공모 조작했다. “예수의 제자들이 시체를 훔쳐갔다고 증언해라. 우리가 뒤탈 없도록 봐주겠다.” 그 공모는 실패했다. 법원은 자신들이 중요한 자료라고 여겨 제출하도록 명령한 검찰 조서 기록조차 보지 않고 판결했다. 법과 정의와 양심은 어디에 처박았는가? 어유, 부끄러워라! 법치시대(法恥時代)다.

 

천주교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은 분단과 독재의 한국 현대사 그늘에 울던 수많은 이들의 호소를 들어주고 격려하고 손잡고 행동으로 기도하며 하느님의 정의가 서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헌신해온 이들이다. 그 경험적 영감은 진실을 보는 눈을 갖게 했다. 그래서 용산 참사의 진실을 볼 수 있고 우리 시대 예수의 십자가를 관상한다. 그리고 같은 눈동자에 부활의 새 아침을 비춰낸다.

 

가톨릭 사제들은 날마다 용산 참사 현장 골목길에서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문규현 신부처럼 단식을 하다가 쓰러지고 멱살 잡히고 짓밟히고 고통뿐인 나날이다. 일부 시민들의 빈정거림도 있고 교계 어른들의 몰이해도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참사 현장을 떠나지 못하는 하나의 이유가 있다. 거기에 스승 예수의 그림자가 있기 때문이다.

 

“너희 가운데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이다.” 십자가를 지고 골고타를 오르는 예수의 신음이 들려오며 지금도 화염 속에서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용산 참사 희생자들의 억울함을 그토록 세상에 호소하며 외면하는 얼굴을 흔들어 깨우려 했으되 정의의 하느님은 아직도 응답이 없고 죄를 뒤집어씌우는 패륜의 법정이 있을 뿐이다.


사제단은 하느님의 응답을 찾아 ‘11월2일 저녁 7시 서울광장’에서 전국사제시국미사를 봉헌한다. 구천을 헤매는 영혼들의 눈물을 몸소 닦아주시라고 목 놓아 호소하며 노래할 것이다.

 

“우리들에게 응답하소서. 혀 짤린 하느님, 우리 기도 들으소서 귀먹은 하느님… 하느님 당신은 죽어버렸나. 어두운 골목에서 울고 계실까? 쓰레기 더미에 묻혀버렸나 가엾은 하느님. 얼굴을 돌리시는 화상 당한 하느님, 그래도 당신은 하나뿐인 민중의 아버지….”

 

 

 

덧글 쓰기
[BN5I2O] 이 문자열을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