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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제4차 천주교전국사제시국선언문

작성일
2009.11.02 15: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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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춥습니다. 옷을 따뜻하게 입고 오시기 바랍니다.

 

 

2009년 제4차 천주교전국사제시국선언문

 

 

대한민국 경찰·검찰·법원은 자본권력의 용역인가?

 

 

빌라도는 군중 앞에서 손을 씻으며 “너희가 맡아서 처리하여라. 나는 이 사람의 피에 대해서는 책임이 없다.”고 말하였다.(마태오복음 27,24)

 

 

 

 

1. 죽음을 부르는 전염병이 창궐하고 있다. 불의가 검은 강물처럼 넘실거리고, 죄악의 독버섯은 활짝 꽃을 피웠다. 권력자들의 추악한 거짓과 노골적인 탐욕이 갈수록 당당하고 뻔뻔스러워지는데 허다한 생명들은 무참히 시들어간다. 지난주 두 건의 재판 결과는 이명박 정부가 민주주의 발전에 백해무익한 정치집단이라는 점을 명백하게 해 주었다. 국민의 보편적 권리를 위해 마련된 갖가지 권능을 특정 자본권력과 극소수를 위해서 그릇되게 남용하고, 이의를 제기하는 국민에게는 가혹한 철퇴를 휘두르고 있으니 도저히 정부라고 볼 수 없고 차라리 강도 집단이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바야흐로 신앙과 양심의 이름으로 국민 불복종을 선언할 결정적인 때가 닥친 것이다.

 

 

2. 10월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한양석 부장판사)는 구속된 용산 철거민 아홉 명에게 6년 등의 중형을 선고했다. 누차 지적했지만 검찰은 끝까지 핵심수사기록 3천 쪽을 감췄고, 재판부는 핵심수사기록 공개 명령을 거부한 검찰의 주장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이로써 공권력의 무리한 진압작전으로 빚어진 용산참사는 검찰과 법원이 합작한 부정한 판결로 일단락되었다. 가히 수미쌍관(首尾雙關)의 완결판이라 하겠다. 참사발생 이전부터 참사 287일째를 맞는 오늘까지 국가의 어떤 기관도 일터와 삶터를 빼앗긴 채 울부짖는 국민을 편들어 주지 않았다. 용산구, 서울시, 경찰청, 정부 여당 그리고 검찰과 법원이 하나로 똘똘 뭉쳐서 궁극적으로는 재개발건설사의 이익을 도모했다. 그런 점에서 판결의 의미는 실로 중차대하다. 앞으로 자본권력의 이해에 맞서는 자는 누구나 이와 같은 최후를 맞을 것이라고 국가기관이 공적으로 선고해버린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슬프다! 가해자인 국가권력이 반성은커녕 피해자 국민들을 단죄해버렸으니 이토록 가혹하고 불합리한 형벌권 행사를 그냥 두고만 볼 것인가? 국민을 괴롭히고 특정권력을 위해서만 복무하는 국가형벌권이라면 그 위임을 철회하는 수밖에 다른 길이 없다.

 

 

3.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그럴 이유가 더욱 절실해졌다. 언론법 관련 헌법재판소의 기상천외한 판결은 놀랍다 못해 우스꽝스럽다. 심의표결권 침해, 대리투표와 일사부재의 위배 등 입법절차의 위법성을 낱낱이 밝혔으면서도 법안의 효력을 인정해버렸다. ‘과정은 위법이나 결과는 합법’이라니 도대체 무슨 짓인가? 국가 권력기관의 뻔뻔스러움은 국민이 인내할 수준을 훨씬 넘어 버렸다. ‘악법도 법’이라던 유신독재가 부활한 것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위법도 법’이라는 괴설이 어찌 이리 위풍당당한가?

 

 

4. 권력기관들의 부당한 처신이 어디서 비롯했는지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것은 2007년 말 삼성 사태에서 여실히 드러났듯 자본에 의한 매수와 오염현상 때문이다. 당시 김용철 변호사와 우리 사제단은 재벌기업 일가의 비자금 축적과 경영권의 불법승계 그리고 이를 무마하기 위한 불법 로비의 실상을 낱낱이 증언한 바 있다. 그러나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검찰 그리고 특검, 마지막으로 법원까지 극구 진실을 가리고 사실규명을 방해하였다. 그들은 이런 공통된 태도야 말로 매수와 부패의 실상을 반증해주는 것임을 알지 못했다. 용산참사와 언론법에 관한 두 가지 어이없는 판결은 이런 맥락에서 빚어진 웃지 못 할 촌극이다.

 

 

5. 지금 대한민국은 호화 여객선 타이타닉과 같은 운명을 맞고 있다. 방향을 바꾸지 않는 한 재앙과 파국을 면할 길이 없다. 과연 누가 나서서 멸절 직전의 민주주의를 살려내고, 파괴일로를 걷고 있는 자연생태계와 아이들의 미래를 지킬 것인가? 오로지 국민 각자의 손에 달렸다. 권력의 주인이 바로 국민이라는 진리를 확고부동하게 만들지 못하면 무참히 얻어맞고 일터에서 쫓겨나 감옥에 갇히는 불쌍한 종살이는 나날이 극심해질 것이다.

 

 

6. 한편 오만과 탐욕의 괴물을 탄생시킨 것은 바로 국민이라는 점 또한 통절하게 반성해야 한다. 우리부터 욕심을 줄이고, 약자에게 겸손하며 공정과 원칙에 입각한 삶을 살지 않는 한 국가권력은 언제나 우리를 괴롭히고 핍박할 것이다. 힘든 때 일수록 희망의 표징을 해석할 줄도 알아야 한다. 지난 4월에 이어 10월 28일 재보선에서도 한나라당이 연패하였다. 국민 대다수가 정부와 여당의 실체를 깨닫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특히 대학생들이 적극 나서서 분발했다는 점은 긍정적인 변화다. 더욱이 헌재의 판결을 보며 비분강개 대신 명랑한 풍자로 즉각 대응하는 네티즌의 태도는 촛불 이후에도 시민들의 자신감과 활력이 여전함을 증명해주었다. 부디 불굴의 정신으로 정부의 탈선과 광기를 잠재우고 새로운 국가 공동체를 준비하는 일에 다 같이 신명을 내자. 군사독재의 흉악을 물리쳤던 우리의 저력을 기억하자.

 

 

2009년 11월 2일 죽은 모든 이를 위해 기도하는 위령의 날에

서울광장에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덧글 목록

puff 덧글수정 덧글삭제

2009.11.02 21:19

오늘 광장에 갔다가 경찰이 너무 많이 와서, 무서워서 그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밖에서 전경 뒤통수만 구경하다 왔습니다.
광장에 계시던 모든 분들과 사제님들께 하나님의 은총이 내리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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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02 23:01

종교의 자유마저 미신고 집회 운운하면서 가로막는 경찰의 폭력에 정말 어이가 없습니다. 그러면 이제부터는 종교 행사도 경찰의 허락을 받아야 할 수 있는 것인가요? 남대문 경찰서장을 경찰관직무집행법 12조 위반(직권남용)으로 고발해야겠습니다.

발칙한 덧글수정 덧글삭제

2009.11.02 23:40

선언문 읽을때 주위에서 울컥하시는 분들도 ㅠㅠ

엄보컬 덧글수정 덧글삭제

2009.11.03 01:16

오랜만에 연주안하고 미사의 평온함을 만끽(?)하고 왔습니다..
모두들 너무 고생 많으셨네요.. 저도 전경 뒷통수만 보다가 한참을 기다린 뒤에야 겨우겨우 들어가서 미사를 함께 하고 왔습니다..
추운 날씨와 어이없는 상황에서도 유머와 평온을 잃지 않으시는 신부님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

1111 덧글수정 덧글삭제

2009.11.03 09:47

굳이 시민들의 쉼터인 서울광장에서 미사를 하는 이유를 모르겠네~~ 성당은 왜있는거야~~~ 성당을 용산 유족들한데 하나씩 주던가~~~ 살림살고 장사할수 있도록~~~ 하나님을 팔아서 먹고사는 정치 신부들~~~ 그들이 나라를 망치고 있는거지~~

puff 덧글수정 덧글삭제

2009.11.03 22:40

오늘 남일당에서 열리는 추모 미사에 처음 참여했는데요, 사제님들, 수녀님들 너무 고생 많으십니다. 정말 추운 날씨와 어이 없는 상황에서도 유머와 평온을 잃지 않으시고.. :)
혹시 추모 미사의 명단에 죽은 전경 한 분도 같이 넣어드리면 어떨까요? 이 참사로 돌아가신 모든 분들의 명복을 빌고 해결을 요구하는 싸움을 하는 것이 더 큰 사랑 아닐까 잠시 생각했습니다.
참여하신 모든 분들 감기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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